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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을 청년으로 번역한 최초의 우리말 번역서

노인과 바다

헤밍웨이 지음 | 조종상 옮김 | 소리 | 164쪽


우리에게 너무 잘 알려진 「노인과 바다」

읽진 않았어도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로 유명한 헤밍웨이의 소설!

헤밍웨이에게 1954년 퓰리처상과 노벨 문학상을 안겨준 대표작이다.

이렇게 유명한 책의 주인공은 당연히 제목에 등장하는 노인, 그리고 한 소년이다.

원문에 나오는 인물이 boy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번역된 이후 지금까지 소년으로 여겨왔던 이 소년이 실제로는 22세 이상의 청년이라고 한다. 이에 boy를 그 나이대에 맞는 청년으로 번역한 최초의 우리말 번역서로 노인과 바다를 읽어 보았다.

책에는 여는 말에 boy가 소년이 아니라 청년인 이유, 닫는 말에 노인과 바다에 대한 옮긴이의 생각이 수록되어 있다. 20쪽에 걸친 여는 말과 닫는 말을 통해 옮긴이가 가능한 한 가장 정확하고 매끄러운 번역을 위해 적잖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부었음을 알 수 있다. 새로운 시각으로 보다 정확하게 번역된 고전 명작을 읽으면, 작품을 더 잘 이해하고 공감하게 되며 나아가 더 많은 감동을 준다고 생각한다.

 줄거리는 단순하고 명확하다. 물고기를 잡지 못하던 어부 노인(산티아고)이 큰 물고기를 잡지만, 상어에게 다 뜯기고 집으로 돌아오는 이야기. 청년(마놀린)은 그런 노인을 좋아하며 최고의 어부로 여긴다.

헤밍웨이는 노인과 바다를 무려 16년간이나 고쳐 썼으며 자신도 이 소설을 가리켜 “지금 내 능력으로 쓸 수 있는 가장 훌륭한 글”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1952년 스웨덴 한림원은 노인과 바다를 노벨문학상에 선정한 이유를 "소설 노인과 바다는 폭력과 죽음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진 현실 세계에서 선한 싸움을 벌이는 모든 개인에 대한 자연스러운 존경심을 다루는 작품이다. 악조건 외로움 속에서도 꿋꿋이 물고기를 잡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노인의 모습은 각박한 세상에서 치열한 하루를 사는 우리에게 희망의 메세지를 준다."라고 했다고 하니 단순한 이 소설이 세계적인 명작이 된 이유가 무척 궁금해진다.

 

고기를 잡지 못한 노인

노인은 멕시코 만류에서 작은 배를 홀로 타고 고기잡이하는 어부다. 그러나 84일 동안 돈이 될 만한 고기 한 마리 잡지 못하고 있었다. 처음 40일 동안은 청년과 같이 배를 탔으나, 노인의 운이 다 됐다고 생각한 부모의 뜻에 따라 청년은 다른 배로 옮겨 타게 되었다.

옮겨 탄 배에서 고기를 잡게 된 청년이지만 매일 혼자 빈 배로 돌아오는 노인은 보고 청년은 마음이 좋지 않았다. 그래서 노인을 매번 도왔다.

노인의 모든 것은 늙어 있었다. 하지만 눈만은 예외였다. 바닷물처럼 푸른빛을 띤 노인의 눈에는 생기가 감돌았고 절대 패배할 것 같지 않은 당당함이 배어 있었다. - p20

 

많은 어부가 노인을 비웃으며 노인을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그런 노인을 청년은 사랑했으며 최고의 어부로 여겼다. 청년은 5살 때 노인의 배를 처음 탔으며, 청년에게 낚시를 가르쳐 준 사람이 노인이었다.

청년은 매일 노인을 찾아가 돌보며 도우려고 한다. 둘은 야구 이야기와 아프리카 이야기를 나눈다.

오두막집에 사는 노인은 사별한 아내가 외롭고 그립다. 잠이 들면 노인은 아프리카, 사랑하는 사자 꿈을 꾼다.

85

85가 행운의 숫자라고 생각하는 노인은 오늘은 자신감이 샘솟는다고 말하며 배를 띄운다.

누가 알아? 어쩌면 오늘이 행운의 날이 될지. 하루하루가 새로운 날이니까 말이야. 행운이 따라 준다면야 좋은 일이긴 한데. 하지만 그보다는 정확한 게 먼저야. 그래야 행운이 왔을 때 잡을 수 있는 거라고. - p46

 

태양이 높이 떴을 때 "날개다랑어야" 노인은 미끼로 쓸만한 5킬로그램의 날개다랑어를 잡고 큰 소리로 말했다. 노인은 기억하지 못하지만 청년이 다른 배로 옮긴 뒤 혼자 배를 타게 되면서부터 혼잣말을 했다.

오늘은 85일째니까 꼭 성공해야만 한다고 다짐하는 노인에게 드디어 큰 물고기가 물렸다. 무게가 대단한 엄청난 물고기가 걸린 것이다. 줄을 등에 걸어 잡고 있는 노인. 미끼를 문 채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는 물고기. 네 시간이 흐른 뒤에도 물고기는 여전히 배를 끌고 먼바다로 나아가고 있었다. 이후 해가 졌지만 노인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

86

물고기가 갑자기 움직여 줄이 끌려 들어가는 바람에 노인이 넘어지면서 눈 밑에 상처가 생겼다.

물고기야. 너를 사랑하고 정말 존경한다. 하지만 오늘이 가기 전에 나는 너를 죽일 계획이란다. - P72

 

다시금 물고기가 갑자기 움직이는 바람에 줄을 잡고 있던 노인이 이물(배의 앞부분) 쪽으로 넘어져 손에 피가 흐른다. 왼손에서는 쥐가 난다. 손가락을 풀어 보려고 애쓰지만 손은 쉽게 펴지지 않았다. 바다를 보며 외로움을 느끼는 노인은 자꾸만 청년을 떠올린다.

드디어 물고기가 물속에서 올라와 몸통을 완전히 드러낸 뒤 다시 미끄러지듯 물속으로 들어갔다. 노인의 배보다 60센티미터는 더 큰 물고기였다.

노인은 고통을 감내하며 물고기에게 인간의 능력과 인내를 보여줄 것을 다짐한다.

바다로 나온 지 이틀째. 노인은 잠을 자고 싶고 사자 꿈을 꾸고 싶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물고기와의 싸움 속에서 노인은 좀 더 자신감을 얻기 위해 젊은 시절 카사블랑카에서 거구 흑인과의 팔씨름을 떠올렸다. 이튿날 아침까지 이어진 승부에서 승리한 노인은 챔피언이라 불렸다.

전혀 변함없는 물고기. 달이 뜨고 노인은 자면서 사자 꿈을 꾸며 행복을 느꼈다.

그러다 노인이 잠에서 깼다. 갑자기 폭탄이 터지듯 물고기가 수면을 뚫고 솟구쳐 올랐다가 다시 물속으로 들어갔다. 물고기는 계속해서 그 행동을 반복했고, 줄을 끌어가는 물고기의 힘에 노인은 이물 쪽으로 끌려가다 넘어져서 움직일 수가 없었다.

87

노인이 바다로 나온 지 삼 일째. 많이 지쳤지만 나는 버틸 수 있다. 버텨야만 한다고 노인은 다짐한다.

드디어 물고기가 가까운 거리에서 해수면으로 올라왔다. 노인은 모든 노력을 쏟아, 힘을 다해 줄을 당겼다. 모든 고통을 감내하며, 자신이 모아 두었던 힘에, 힘이란 힘은 다 보태 작살을 내리꽂았다.

 

노인은 현기증에 속이 메슥거렸고 앞도 잘 보이지 않았지만 정신을 차리고 물고기를 배에 묶었다. 물고기가 너무 커서 노인의 배 옆에 그보다 훨씬 더 큰 배가 나란히 묶여 있는 것 같았다. 700킬로그램보다 더 나갈지도 모른다고 노인은 생각했다.

순조로운 향해도 잠시 상어가 출현했다. 물고기의 핏덩이가 바닷속 깊이 퍼지면서 심해에 있던 상어의 코를 자극한 결과였다. 상어는 물고기를 공격했고, 노인은 여러 차례 상어 떼와 싸웠다.

상어와의 싸움에서 물고기의 살점 4분의 1이 떨어져 나가고 노인은 작살을 잃어버린다. 하지만 노인은 죽을지언정 패배하지는 않는다고 말하며 희망을 되살린다.

 

또 다른 상어와의 싸움에서 칼날이 부러졌다. 물고기는 심하게 훼손되었다. 하지만 노인은 끝까지 싸울 것을 다짐한다. 또다시 상어와의 싸움에서 노인은 몽둥이를 집어 들었다. 물고기의 살점은 더는 없었다. 노인은 살아 있음을 알 수 있는 고통을 느끼며 자신이 죽지 않았음을 실감한다.

다시 항구로

배는 모두 잠든 시간 마을의 항구로 돌아왔다. 돌출된 주둥이, 하얗게 드러난 등뼈, 커다란 꼬리의 물고기를 둔 채 노인은 돛대를 메고 집으로 향했다. 너무 힘들어 다섯 번이나 앉아서 쉬어야만 했던 노인은 오두막에 들어서 물 한 모금을 마신 후 침대에 누웠다.

아침에 청년이 오두막 안에 잠든 노인을 발견했다. 청년은 울음을 멈추지 못했다. 노인의 배 주변에 많은 어부가 모여 배 옆에 묶여 있는 물고기를 보고 있었다. 물고기의 크기는 5.5미터였다.

청년은 노인을 위로한다. 노인은 혼잣말을 하거나 대답 없는 바다와의 대화가 아니라 실제로 대화할 사람이 있다는 게 얼마나 좋은 일인지 새삼 느꼈다.

두 사람은 다시 함께 배를 탈 계획을 세운다.

커다란 물고기의 길고 하얀 등뼈와 거대한 꼬리를 지닌 노인의 물고기를 본 한 관광객은 상어의 꼬리가 저렇게 멋지고 아름다운지 몰랐어라고 말한다.

노인은 자신의 오두막에서 다시 잔다. 청년은 옆에서 노인을 바라본다. 노인은 사자 꿈을 꾸고 있었다.

 

Everyday is new day.

매일매일은 새로운 날이다.

오늘은 오늘의 역할과 몫이 있으므로 희망을 잃지 않고 꾸준히 삶에 도전하자.

 

 

노인가 바다가 우리에게 주는 의미

포기하지 않는 삶, 패배를 거부하는 삶

좌절하지 않고 나아가는 노인의 모습에서 우리는 희망을 엿볼 수 있다. 상처투성이 노인이 얻은 것은 앙상한 물고기의 뼈만이 아닐 것이다. 노인은 외로움과 시련의 바다에서 상어와 사투를 벌이며 자신에게 주어진 고난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묵묵히 버텨 나가는 인간을 대변한다. 노인이 가진 불굴의 의지와 신념은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상어와 같은 시련 속에서 자신이 원하는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서는 노인과 같은 굳은 신념 정신이 필요하다. 피 흐르는 손으로 낚싯줄을 당기는 노인의 모습에서 우리는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는 인간의 강인함을 배울 수 있다. 이것이 바로 패배하지 않는 인간의 정신적 승리가 아닐까

인간은 더불어 살아야 한다.

노인은 바다 한가운데서 계속해서 청년(마놀린)을 떠올린다. 3일 밤낮을 물고기와 사투하며 노인이 느낀 것은 '인간은 혼자서는 살 수 없다.'이다.

마놀린이 있다면 좋으련만. - p61

마놀린이 있으면 좋을텐데. 나도 도와주고 이 모습도 보게 말이야. - p64

마놀린이 있으면 좋겠구먼. - p66

마놀린이 있으면 좋겠구먼. - p69

여기에 마놀린이 있다면 좋을 텐데. - p74

마놀린이 있었다면 내 손도 주물러 주고 팔뚝부터 손까지 쭉 풀어 주었을 텐데. - p80

마놀린이 여기에 있다면 줄 뭉치를 적셔 줄 텐데. 그래. 마놀린이 있다면. 마놀린이 있다면 말이야. - p102

너무 걱정하는 사람이 없으면 좋겠는데. 물론 그럴 사람도 마놀린 뿐이지만. 그래도 마놀린은 분명 날 믿고 있을 거야. - p138

사자 꿈의 의미

노인은 청년을 사랑하듯 사자들을 사랑했다. - p37

노인은 이미 지도록 마련된 싸움을 최선을 다해 싸운다. 그리고 결국 패배한다. 그러나 그는 굴복하지 않는다. 마지막에 그는 승리의 상징인 사자 꿈을 꾼다.

우리를 믿어 주는 사람을 있고 그 사람을 사랑하듯이 우리는 승리를 위해 항상 꿈을 꾸는 삶을 살아야 한다.

A man is not made for defeat,” he said. “A man can be destroyed but not defeated.”

우리는 패배하라고 지어진 존재가 아냐. 인간은 죽을지언정 패배하지는 않는다고. - p126

(다른 해석)

사람은 패배하기 위해 만들어지지 않았다. 사람은 파괴될 수 있지만 패배하지는 않는다.

인간은 패배하기 위해 태어난 게 아니야. 인간은 파멸 당할 수 있을지언정 패배하진 않아.

파멸은 물질을 의미하며 목적을 중시한다. 패배는 정신을 의미하며 수단과 과정을 중시하는 것이라고 한다. 인내하여 목적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고, 절망하지 않고 패배를 느끼지 않는 노인에게서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을 가장 잘 대변해 주는 말인것 같다.

노인은 왜 목숨을 걸며 고기를 잡았을까? 노인의 고기는 우리에게 처해진 인생의 어려움 같다. 우리 자신보다 큰 물고기를 견디는 방법은 어려움을 이겨내든 못 이겨내든 그 과정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자신의 인생에 최선을 다해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것. 때로는 상어에게 다 뜯겨 아무것도 남는 게 없더라도 결과물을 받아들이는 것. 인생은 승산이 없는 게임이다. 상처 입고 힘들고 지쳐 육체적으로 파멸되었지만 정신적으로는 어떤 어려움도 싸워서 이길 수 있다는 불굴의 의지를 가지고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힘없는 늙은 노인이 상어떼를 이길 방법은 없었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맞서 싸웠다. 사투 끝에 물고기 뼈만 매단 채 집으로 돌아오지만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다음 향해를 꿈꾼다.

모든 걸 놔버리고 싶은 순간, 바다 한가운데서 치열하게 싸운 이 노인을 떠올려 보는 건 어떨까?

84일 동안 고기를 잡지 못했지만 "85는 행운의 숫자야."라고 말하는 노인. 불운을 행운으로 여기는 노인의 떠올리며 내게 주어진 평범한 일상이 하나님의 선물, 축복, 은혜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이 책의 마지막에 노인은 사자 꿈을 꾸며 잠이 든다. 오늘 밤 나도 노인처럼 좋은 꿈을 꾸길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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