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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나지는 않지만 나는 태어나자마자 울면서 엄마를 찾았다. 내가 엄마가 되어서도 힘들고 어려울 땐 엄마를 찾는다. 엄마는 나의 만능 치트키이다. 하지만 이런 나를 보듬어 안아주던 엄마도 힘들지는 않았을까?
엄마도 무서운 게 있다. 엄마도 도망치고 싶을 때가 있다. 하나님이 인간을 전부 다스리지 못해 엄마를 보냈다고 하는데... 엄마는 하나님을 대신해 잠시 보살피는 것뿐인데... 엄마라는 두 글자 때문에 하고 싶은 것을 눌러 참고, 할 수 없는 일에 온 힘과 정성을 다한다.
까투리 이야기 써 보았습니다.
어머니의 사랑이 어떻다는 것을 일깨워 주기 충분하다고 봅니다.
좋은 그림책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2005. 3. 5 권정생 드림
「엄마 까투리」는 강아지똥, 몽실언니 등으로 잘 알려진 권정생 작가님이 쓴 동화책이다. 엄마 까투리의 용기와 희생은 또 다른 생명의 삶에 원천이 된다. 책을 읽는 내내 가슴 한 편이 시리고 눈물이 핑 도는 감동적인 이야기이다. 짧은 동화가 긴 여운을 남기며 모성애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하게 한다. 과연 나는 엄마 까투리가 꿩 병아리들에게 한 것처럼 내 아이들을 보듬고 희생할 수 있을까? 스스로를 돌아보며 앞으로의 삶을 그려본다.
책 내용
산불이 났습니다. 불길에 막혀 갇혀버린 엄마 까투리는 뜨거운 화염에 자기도 모르게 푸드덕 날아오른다. 그렇게 날아가면 목숨을 건질 수 있는데 엄마 까투리는 다시 화염 안으로 들어간다. 아직 날지 못하는 새끼 꿩들이 불속에 있기 때문이다. 날아올랐다 내려갔다를 반복하던 엄마 까투리는 결국 날아가는 것을 포기하고 새끼 꿩들을 자신의 날개 밑으로 품는다. 불길이 자신의 몸에 옮겨붙어 정신을 잃을 때까지 두 날개를 오므린 채 꼼짝하지 않는다. 산불이 꺼지고 나무꾼이 새까맣게 재가 되어버린 엄마 까투리를 발견하고 다가가자, 놀란 아홉 마리의 새끼 꿩들은 솜털 하나 다치지 않고 푸드덕 한꺼번에 엄마 품에서 쏟아져 나온다.
산불이 났습니다.
살려 주세요! 꿩 병아리들이 엄마를 부르며 쫓아다녔습니다.
갑자기 불길이 엄마 까투리를 덮쳤습니다. 엄마 까투리는 저도 모르게 그만 푸드득 날아올랐습니다.
날아가던 엄마 까투리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습니다.
새끼들을 그냥 두고 혼자 달아났기 때문입니다. 엄마 까투리는 황급히 몸을 되돌렸습니다.
엄마 까투리가 돌아오자 흩어졌던 꿩 병아리 아홉 마리는 재빨리 엄마한테 모여들었습니다. 하지만 다시 불길이 엄마 까투리를 덮치자 또 푸드득 날아올랐습니다. 엄마 까투리는 날아올랐다가 다시 내려오고를 몇 번이나 했지만 새끼들을 두고 혼자 달아나지 못했습니다.
엄마 까투리는 새끼들에게 날개 밑으로 들어오라고 소리쳤습니다. 새끼들은 엄마 품속에 숨으니까 뜨겁지도 무섭지도 않았습니다. 그렇게 엄마 까투리는 새끼들을 품고 꼼짝 않았습니다. 사나운 불길이 엄마 까투리를 휩쌌습니다. 엄마 까투리는 그래도 꼼짝 않았습니다. 뜨거워서 뜨거워서 달아나고 싶어도 꼼짝 않았습니다.
불길이 기어코 엄마 까투리 몸에 붙었습니다. 머리와 등과 날개가 한꺼번에 타기 시작했습니다. 엄마 까투리는 그래도 꼼짝 않았습니다. 오히려 품속 아기들을 위해 두 날개를 오므리고 꼼짝 않았습니다. 그러고는 정신을 잃었습니다.
산불은 하루 만에 꺼졌습니다. 온 산 나무들이 타 버렸습니다. 사흘 뒤 아랫마을 나무꾼이 불탄 산으로 땔감을 구하러 갔습니다. 나무꾼은 불에 새까맣게 탄 엄마 까투리를 보았습니다.
나무꾼이 가까이 가자 놀란 꿩 병아리들이 새까맣게 탄 엄마 품속에서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습니다. 타 죽은 엄마 품속에서 새끼들은 솜털 하나 다치지 않고 모두 살아 있었습니다.
꿩 병아리들은 불탄 산을 몰려다니며 모이를 먹고 다시 엄마 날개 밑으로 들어가 숨었습니다. 다음 날에도 그다음 날에도 타 죽은 엄마 까투리는 그대로 있고 꿩 병아리들은 먹을 것을 찾아 흩어졌다가 다시 엄마 품으로 돌아왔습니다.
열흘, 한 달이 지나 꿩 병아리들은 커다랗게 자라고, 엄마 까투리는 뼈대만 까맣게 남아 있더니 그것마저 부서져 버렸습니다.
그래도 꿩병아리들은 밤이면 앙상한 엄마 까투리 곁으로 모여들어 잠이 들었습니다. 엄마 냄새가 남아 있는 그곳에 함께 모여 보듬고 잠이 드는 것이었습니다.
엄마 까투리는 온몸이 바스라져 주저 않을 때까지 새끼들을 지켜 주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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